스튜디오 포레스트와의 협업 Collaboration with studio f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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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이해의 문을 열어갑니다. 웹이라는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웹 개발자로서의 IT 지식이 없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책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정보의 선형적인 레이아웃에 익숙했던 저에게 컨텐츠를 보여주는 웹적인 방식이란 무엇인지 그 자체가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웹사이트 원고 작업은 글 쓰기, 논문 쓰기, 책 만들기와 어떻게 닮았고 다른지 더듬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튜디오 포레스트는 이 과정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포레스트의 작업 방식은 텍스트에 깊이 뿌리 박고 있습니다. 처음 서울할머니 웹사이트의 열린 아카이브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던 날이 기억납니다. 웹사이트에 대한 저의 막연했던 상은 스튜디오 포레스트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하나의 문장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긴밀하게 연결된 또는 연결되지 않은 글들이 지속적으로 쌓여 무질서한 지도를 만든다.” 포레스트는 석 달간의 작업 과정 동안 지적인 논리 구조를 공유해주었고 이것은 흩어져있는 자료의 얼개를 잡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이퍼링크라는 네트워크는 도시 속에서 걷는 것과 닮았습니다. 목적없는 표류나 방향 전환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자유로운 손 동작에 비유된다면, 웹 상에서의 걷기는 링크를 통한 비선형적인 페이지 이동 시 더욱 폭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축지법과 같다고 해야할까요. 이러한 웹적인 상상력을 자극해준 것 역시 전적으로 스튜디오 포레스트였습니다.
 
우리는 도시라는 텍스트를 읽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지도 없이 도시를 진정으로 걸으며 경험하는 사람은 도시 안에서 적극적으로 길을 잃습니다.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 한 채 도시라는 텍스트의 일부가 되어 글자 사이를 걷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웹은 걷기의 관점과 전망대(타워)의 관점을 둘 다 제공합니다. 총체적으로 도시를 이해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탑 뷰, 지도의 시점, 신의 눈이 없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는 사이트맵이 없습니다. 조금 불편한 자신만의 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 안에서 길을 잃는 재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옆에 꽂힌 자료를 발견하는 맛, 인덱스 카드로 책을 찾을 때 앞 뒤의 카드를 읽어보는 맛이 있죠. 제한된 정보의 가이드를 제공하는, 제약 많고 약간은 이상한 디지털 구조물을 기꺼이 건축해준 스튜디오 포레스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