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리학이란? Psychogeography?

심리지리학(psychogeography)은 195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의 기 드보르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드보르는 자본주의가 근대 도시의 표면을 매혹적으로 장식하는 동안 도시 속을 살아가는 거주자들은 그 반짝거리는 스펙터클 너머에서 권태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시를 경험하는 주체가 아닌, 도시를 개발한 주체의 의도에 의해 수동적으로 도시를 살아가게 되는 이 권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상황주의의 고민이었다. 드보르는 권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심리지리학을 제안한다. 심리지리학은 용어의 합성 어원 심리학+지리학에서 추측할 수 있듯,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주고받는 정서적인 영역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하는 방법은? 걷기다. 도시를 설계한 목적에서 벗어나 임의의 방식으로 지도 밖을 걷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시 개발 주체와 정부의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된다. 급진적 정치 노선을 걸었던 상황주의는 도시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으로 심리지리학을 사용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운동은 걷기라는 실천적 영역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이론적 강령이 되어가면서 실천적 힘을 잃고 상황주의는 막을 내리게 된다.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심리지리학적 걷는 행위 속에 담긴 전복적인 정신은 남아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현대 대도시의 재개발 과정에서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럽에서는 다시 한번 심리지리학 열풍이 불었고 많은 시각예술가와 문학가들이 유행처럼 이 용어를 사용했다. 멀린 커벌리의 『심리지리학』은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2008년에 발간된 책이다. 현대 심리지리학의 부활은 어디에 근원이 있는지 추적한다. 커벌리는 런던을 배경으로하는 소설을 재발견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책을 저술하기도 한 런던 기반의 작가다. 그의 이러한 이력은 자연스럽게 프랑스 파리 원산지의 심리지리학을 어떻게든 영국산, 특히 런던으로 불러오는 시도로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195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 기 드보르의 심리지리학 이전에 이미 심리지리학적 정신이 면면히 존재했 심리지리학적 예표가 될 만한 작품들로 그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커벌리는 소설의 기원이라고도 불리는 다니엘 드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심리지리학적 소설의 원형으로 본다. 그 뒤를 이어 윌리엄 블레이크의 운문집 『런던』,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아서 마켄의 『산책의 기술』, 알프레드 왓킨스의 『고대의 일직선 길』 등을 차례로 다루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심리지리학적 기록들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소개한다.

커벌리는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 『군중 속의 남자』를 런던과 파리를 잇는 가교로 꼽는다. 이는 산보객의 기원과 관련이 있는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보들레르와 벤야민 모두 산보객의 문학적 개념을 포의 이 단편에서 찾기때문이다. 완벽한 산보자, 정열적인 관찰자인 이 군중 속의 개인은 언제나 집 밖에 있으면서도 어디서든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세계를 바라보고 세계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세계로부터 숨어있는 자이다. 런던의 거리를 걷는 이 군중 속의 개인은 영국 해협을 건너 파리의 아케이드를 걷는 산보객으로 탈바꿈한다.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지나 문자주의 인터네셔널, 전 상황주의 운동을 거쳐 기 드보르의 본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커벌리의 관점이 강하게 배여있는 역사 서술이다.

19세기 파리를 지나 현대 런던에서 부활한 현대 심리지리학은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도시는 픽션의 주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소재가 되어 적극적으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커벌리의 이러한 해석이 그의 문학가로서의 배경에 자연스럽게 기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시로 다루고 있는 작업들도 문학 중심이다. 시각예술가가 썼다면 달랐을 것이다. 여행 가방 크기의 얼음덩어리를 끌고 얼음이 모두 녹아 없어질 때까지 도시를 걷는 과정을 비디오에 담은 프란시스 알리스 Francis Alÿs, 잔디와 들판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중첩되어 생기는 의도치 않은 지름길을 수집하여 도시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는 파웰 알타머 Pawel Althamer, 4 층 건물 높이에 긴 낚시줄을 설치하고 건물과 건물을 연결한 낚시줄들이 모여 지도 상에 커다란 원을 그리게 만드는 마크 월링어 Mark Wallinger 등 커벌리가 현대 심리지리학의 실천 장에서 다루는 영화 매체 이외에도 조각과 공공미술에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심리지리학적 작업들의 예는 많이 있다.

서울할머니는 논의의 배경을 런던,파리에서 서울로 옮기고 심리지리학적 실천의 장르를 문학에서 시각예술로 확대하여 다양한 실천적 사례를 모으고 있다. 도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도시 거주민들이 경험하는 이야기의 총합이다. 그 이야기를 담는 기록의 그릇은 각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영상으로, 글로, 그림으로, 책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성 매체의 그릇에는 자주 담기지 않는 것 같다. 심리지리학적 기록의 출발점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계기에서 시작되기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의 기록으로서의 도시가 기성 자본의 요구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므로. 하지만 나는 독립출판과 비 상업적 예술의 영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심리지리학적 도시 기록의 움직임이 이미 아래로부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응축된 담론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동시대의 멋진 심리지리학자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