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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할머니인지에 대한 저의 대답

 

웹사이트를 오픈한지 딱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여러분들이 찾아와주셨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 중 몇 가지 여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좋다" "읽은 글자가 없어지다니! 정말 멋지다" → 스튜디오 포레스트의 아이디어입니다. 오유진 님께 이 칭찬을 돌려드립니다.

"(특정 포스팅에) 오탈자가 있다. 알고 계시는지?" → 초면부터 지적하는 것같아 민망해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적!부탁드립니다.

"웹사이트 잘 봤다. 다음에 만나서 무슨 내용인지 설명해달라." → 죄송합니다.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설명으로 가득한 목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건 개선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나름의 노력을 해보는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래와 같은 피드백:

"왜 서울할머니인가?"→ 단연 압도적으로 많이 하신 질문이었습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의 불투명함을 해소해보는 것으로 첫 실천을 해보겠습니다.

처음 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그해  gmail에 가입하면서 seoulgrandmother라는 아이디를 쓰기 시작했고 이듬해 트위터도 같은 이름(길이제한으로@seoulgrandma)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선, 서울할머니의 반대말은 시골할머니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서울쥐와 시골쥐 이야기에서 연상되는 서울-시골 세트 개념을 일단 벗어두고요. 서울할머니가 있다면 그밖엔 동경할머니나 뉴욕할머니 등이 있을 것 같아요. 도시성을 대표하는, 한국적인 도시로서의 '서울'입니다. 이 웹사이트에서 보시는 바처럼, 저의 지속적 관심 대상이지요. 

할머니는 저의 지향점입니다. 직업상 학생들과 함께 하기때문에, 그리고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기때문에 자연스럽게도 다음 세대를 의식하고 현재의 제가 보는 것을 그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시도가 언제나 저와 함께 다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할머니의 나이가 되면 나주할머니, 목포할머니처럼 저는 서울할머니로 불리겠죠? 자연스러운 미래같은 이름이면서,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그때도 계속 이어가고 싶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디자인하고 싶은 꿈이 담긴 이름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변방적 존재인 동시에 지혜와 신비를 함축한 인물이기도해서, 저에게는 언제까지나 매력적이고 닮고 싶은 캐릭터일 것 같습니다. 한국성을 대표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서울할머니>라고 요약한다면 조금이나마 대답이 될 수 있을까요? 

 

스튜디오 포레스트와의 협업 Collaboration with studio f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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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이해의 문을 열어갑니다. 웹이라는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웹 개발자로서의 IT 지식이 없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책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정보의 선형적인 레이아웃에 익숙했던 저에게 컨텐츠를 보여주는 웹적인 방식이란 무엇인지 그 자체가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웹사이트 원고 작업은 글 쓰기, 논문 쓰기, 책 만들기와 어떻게 닮았고 다른지 더듬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튜디오 포레스트는 이 과정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포레스트의 작업 방식은 텍스트에 깊이 뿌리 박고 있습니다. 처음 서울할머니 웹사이트의 열린 아카이브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던 날이 기억납니다. 웹사이트에 대한 저의 막연했던 상은 스튜디오 포레스트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하나의 문장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긴밀하게 연결된 또는 연결되지 않은 글들이 지속적으로 쌓여 무질서한 지도를 만든다.” 포레스트는 석 달간의 작업 과정 동안 지적인 논리 구조를 공유해주었고 이것은 흩어져있는 자료의 얼개를 잡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이퍼링크라는 네트워크는 도시 속에서 걷는 것과 닮았습니다. 목적없는 표류나 방향 전환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자유로운 손 동작에 비유된다면, 웹 상에서의 걷기는 링크를 통한 비선형적인 페이지 이동 시 더욱 폭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축지법과 같다고 해야할까요. 이러한 웹적인 상상력을 자극해준 것 역시 전적으로 스튜디오 포레스트였습니다.
 
우리는 도시라는 텍스트를 읽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지도 없이 도시를 진정으로 걸으며 경험하는 사람은 도시 안에서 적극적으로 길을 잃습니다.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 한 채 도시라는 텍스트의 일부가 되어 글자 사이를 걷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웹은 걷기의 관점과 전망대(타워)의 관점을 둘 다 제공합니다. 총체적으로 도시를 이해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탑 뷰, 지도의 시점, 신의 눈이 없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는 사이트맵이 없습니다. 조금 불편한 자신만의 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 안에서 길을 잃는 재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옆에 꽂힌 자료를 발견하는 맛, 인덱스 카드로 책을 찾을 때 앞 뒤의 카드를 읽어보는 맛이 있죠. 제한된 정보의 가이드를 제공하는, 제약 많고 약간은 이상한 디지털 구조물을 기꺼이 건축해준 스튜디오 포레스트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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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pen

서울할머니 웹사이트를 찾아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서울 동작구 사당로에 있는 가정집 부엌 식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의 초안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작업실에서 썼구요. 다음주에는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 있는 연구실에서 새로운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의 세 곳을 주로 오가며 이 도시에 대한 글과 시각 예술 작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제가 2011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모으기 시작한 심리지리학적 목록의 저장소입니다. 대부분의 목록은 지난 오 년간 여러 곳에 흩어져있었습니다. 책장에 꽂힌 책, 수첩에 적은 메모, 컴퓨터 안의 문서 파일, 에버노트에 써놓고 잊은 글,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짧은 글, 스크랩한 사진이나 이미지 파일, 신발 상자 속에 넣어둔 전시 리플렛, 산책하면서 주운 물건들. 흩어진 생각의 조각들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거나 저의 시각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 자료의 원전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일이 많아지자 그때마다 뭐가 어디있는지 찾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제는 좀 목록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 자료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만, 우선은 온라인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제가 계속 여러분을 독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 웹사이트가 헌책방과 닮았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동안 읽었던 책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덕분에 헌책방 오픈 과정의 면면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어떤 자료들이 모여있는 물리적/가상의 공간을 연다는 점에서 헌책방/웹아카이브를 비교하면서 비슷한 점을 찾아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여기있는 목록은 전체 지형도를 보여주는 완전 목록이 아닙니다. 헌책방에 구비해 놓는 책의 구색이 제한적인 것과 같습니다. 애초에 이 제한이 시작될 때 헌책방 주인장의 선택 기준이 작동합니다. 이 웹사이트에는 심리지리학적이라고 느껴질만한 몇 가지 레이더에 포착된 자료들이 목록화되어있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또한 헌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전 독자의 흔적—이를테면 포스트잇을 붙여놓거나 귀퉁이에 끄적인 메모, 밑줄과 형광펜, 침묻혀 넘긴 우측하단, 접혀있는 책장의 귀, 오랫동안 머문 페이지에 생긴 책등의 균열같은—이 아마도 이 웹사이트에서 제가 쓰는 글의 목소리의 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카탈로그 레조네와 같이 멸균된 정보만 모은 신뢰도 높은 목록보다는 개인적인 리뷰를 목록화한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에요.

이렇게 개인적이고 아주 작은 호기심 목록의 박물관이자 헌책방인 서울할머니 웹사이트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웹사이트에는 댓글의 기능이 없습니다. 회원가입을 하고 댓글을 작성하는 방식이 헌책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주인장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이곳의 목록들을 구경하시면서 궁금하신 점이나 하고싶은 이야기, 추가하면 좋겠는 새로운 목록이 생각나시면 언제든지 트위터에서 멘션주세요. 조금 긴 이야기라면 메일을 주셔도 좋구요, 작업실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더욱 좋겠죠!

그럼 계속 둘러보시죠.  

2016년 2월 서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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