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리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걷는 행위에 있다. 이는 방랑자wanderer, 산책자stroller, 산보객flâneur, 스토커stalker 등 다양한 이름의 옷을 걸치고 등장한다. 드 퀸시의 야간 탐험으로 부터 브레통Breton과 아라공Aragon의 초현실적 방랑까지, 상황주의 운동의 표류dèrive부터 이언 싱클레어의 영웅적인 장거리여행까지, 걷는 행위는 언제나 심리지리학의 중심에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지극히 도시적인 사건이다. 도시가 점점 더 보행자에게 배타적인 환경이 되어갈 수록 걷기는 그 자체로 전복적 행위가 된다. 걷기는 현대 도시의 정신성과 대척점에 존재한다. 보행자는 걸으면서 빠르고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보행자 눈높이의 시점 또한 걷기만이 가진 매력이다. 정해진 경로를 거스른다. 변방을 탐험한다. 잊혀진 영역으로 여행한다. 거주자는 보지 못하는 것을 산책자는 발견해낸다. 이처럼 걷는 자는 도시의 상투적인 겉모습에 도전한다.
걷는 행위 Activity of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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